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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왜 혼자 여행다녀?

by 오로지 ロジ 2019. 1. 17.

사춘기시기를 지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랬고, 지금은 가족과 떨어져서 서울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

작년에 그런 나의 주머니를 가장 기분좋게 털어갔던 구매목록 중 ​'ㅇㅅㅍ독립선언' 이라는 책이 있는데,
​집을 구하는 과정부터 갑자기 혼자 아팠던 날 엄마 목소리를 들었던 날, 처음 혼자서 해보는 집안일 등 ,,
혼자였기에 알 수 있는 감정들, 그리고 비로소 혼자일 때 그 때서야 느끼는 소중함들이 묻어있어서 더 좋았다.

나는 사람들 만나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만,
나 혼자만의 시간도 나에게는 정말 필요하고, ​중요하다.

요즘이야 혼밥족, 혼영족과 같은 '나홀로' 무언가를 하는 ​혼놀족이 약간 트렌드처럼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혼밥레벨'과 같은 것이 있을만큼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에는 마음의 준비와도 같은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너무 서론이 길었는데 각설하고, 나는 오늘 위 사진에서 나오는 ​레벨5.여행 혼자 떠나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우선 나는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국내여행쯤이야 당연히 아무렇지도 않고, 해외여행도 "혼자 가는게 왜? 하나도 안심심하구 얼마나 볼 게 많은데!" 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나도 처음부터 혼자 여행하는 것을 이렇게 찬양(?)했던 건 아니다. 25살 꿈많던 내게 첫 직장은 그래도 남부럽지 않은 국내 대기업이었다. 하지만 유난히 내 고집이 강하다보니 그 회사만의 문화와는 조금(아니 조금 많이 많이) 맞지 않았고, 그동안 나름 ​나 잘난맛에 살았던 내가 자존감이 무너지는 시간들을 겪을 정도였다.

그러던 나를 안쓰럽게 보던 친구는 제주도여행을 가자고 했으나 서로 일정이 조금 어긋나서 내가 하루일찍 제주도를 가야했다. 처음으로 혼자 티켓팅을 하고, 공항으로 떠나게 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과연 혼자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그 두려움과 새로운 곳을 향하는 내내 떨리는 설레임이 공존하는 시간동안에 나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내가 가야하는 방향이 어딘지,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나는 무엇을 먹고싶은지 ​오로지 '나'에게만.


그 이후로는 종종 나의 상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나는 혼자서 여행을 떠난다. 내가 보고싶은 것들을 보고, 그 속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또 좋은 것들을 경험하면서 그것들을 누구와 공유하고 싶은지도 느낀다.

혼자 여행을 좋아한다고 해서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싫어하는 게 아니다.

인간은 늘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늘 함께하다보니 소중함을 자꾸만 잊게된다. '혼자'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내 곁에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함이다.

끝으로, 내가 글 앞부분에서 말했던 'ㅇㅅㅍ독립선언'에도 나오는 내용으로, '정재찬-시를 잊은 그대에게' 의 구절인데, "​슬픔을 아는 자는 정녕 복이 있도다. 슬픔은 슬픔을 고칠줄 알게 해 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공감 능력이 사라진 신은, 그리고 시인은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한 이에게 슬픔을 선물로 주고자 하는 것이다. 고통을 모르는 이에게 고통을 느끼게해 주고, 슬픔을 모르는 이에게 슬픔을 느끼게 해 주는 일은, 그러므로 저주가 아니라 사랑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도 고독하지 않다.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