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시기를 지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랬고, 지금은 가족과 떨어져서 서울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
작년에 그런 나의 주머니를 가장 기분좋게 털어갔던 구매목록 중 'ㅇㅅㅍ독립선언' 이라는 책이 있는데,
집을 구하는 과정부터 갑자기 혼자 아팠던 날 엄마 목소리를 들었던 날, 처음 혼자서 해보는 집안일 등 ,,
혼자였기에 알 수 있는 감정들, 그리고 비로소 혼자일 때 그 때서야 느끼는 소중함들이 묻어있어서 더 좋았다.
나는 사람들 만나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만,
나 혼자만의 시간도 나에게는 정말 필요하고, 중요하다.
요즘이야 혼밥족, 혼영족과 같은 '나홀로' 무언가를 하는 혼놀족이 약간 트렌드처럼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혼밥레벨'과 같은 것이 있을만큼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에는 마음의 준비와도 같은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너무 서론이 길었는데 각설하고, 나는 오늘 위 사진에서 나오는 레벨5. 여행 혼자 떠나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우선 나는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국내여행쯤이야 당연히 아무렇지도 않고, 해외여행도 "혼자 가는게 왜? 하나도 안심심하구 얼마나 볼 게 많은데!" 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나도 처음부터 혼자 여행하는 것을 이렇게 찬양(?)했던 건 아니다. 25살 꿈많던 내게 첫 직장은 그래도 남부럽지 않은 국내 대기업이었다. 하지만 유난히 내 고집이 강하다보니 그 회사만의 문화와는 조금(아니 조금 많이 많이) 맞지 않았고, 그동안 나름 나 잘난맛에 살았던 내가 자존감이 무너지는 시간들을 겪을 정도였다.
그러던 나를 안쓰럽게 보던 친구는 제주도여행을 가자고 했으나 서로 일정이 조금 어긋나서 내가 하루일찍 제주도를 가야했다. 처음으로 혼자 티켓팅을 하고, 공항으로 떠나게 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과연 혼자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그 두려움과 새로운 곳을 향하는 내내 떨리는 설레임이 공존하는 시간동안에 나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내가 가야하는 방향이 어딘지,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나는 무엇을 먹고싶은지 오로지 '나'에게만.
그 이후로는 종종 나의 상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나는 혼자서 여행을 떠난다. 내가 보고싶은 것들을 보고, 그 속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또 좋은 것들을 경험하면서 그것들을 누구와 공유하고 싶은지도 느낀다.
혼자 여행을 좋아한다고 해서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싫어하는 게 아니다.
인간은 늘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늘 함께하다보니 소중함을 자꾸만 잊게된다. '혼자'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내 곁에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함이다.
끝으로, 내가 글 앞부분에서 말했던 'ㅇㅅㅍ독립선언'에도 나오는 내용으로, '정재찬-시를 잊은 그대에게' 의 구절인데, "슬픔을 아는 자는 정녕 복이 있도다. 슬픔은 슬픔을 고칠줄 알게 해 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공감 능력이 사라진 신은, 그리고 시인은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한 이에게 슬픔을 선물로 주고자 하는 것이다. 고통을 모르는 이에게 고통을 느끼게해 주고, 슬픔을 모르는 이에게 슬픔을 느끼게 해 주는 일은, 그러므로 저주가 아니라 사랑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도 고독하지 않다.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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