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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의 글쓰기

<좋아하는 것> 02. 뮤지컬

by 오로지 ロジ 2018. 7. 10.

사실 '그냥 아는 사람'은 많은 것 같지만, 막상 퇴근을 하고 주말이 되었을 때 무언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더군다나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것이 아니라 스물 여섯 여름에 그냥 툭 하고 갑자기 올라와서 혼자서 뭔가 하는 시간이 조금 더 많다. (낯가람이 있는 건 아닌데, 시간을 내어달라는 일에는 조금 어려워 하는 편.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잘 말한다. 보고싶으니까.) 

아무튼 뮤지컬을 좋아하게 된 건 오래된 일은 아니다. 
올해 2월에 처음 뮤지컬을 보러 갔다. (작은 연극이나, 어린이 뮤지컬들은 봐왔지만 성인이 되고나서 내가 결제해서 간 건 처음) 
뭐 아무튼 내가 처음 본 뮤지컬 킹키부츠. 설 연휴때 조금 일찍 서울로 올라오는 일정이었는데 딱히 혼자서 집에 있지말고 뭐라도 하자 라고 생각해서 한참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보이던 킹키부츠를 예매했다. 사실 이제는 별로 기억도 나지 않는데 그 때 굉장히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다. 이직에 대한 고민부터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더 잘해나가야 하나, 내가 서울에서 더 멋있게 살아가기 위한 스스로에 대한 고민들로 기억한다. 그런 내가 블루스퀘어에서 1초도 눈을 뗄 수 없었던 뮤지컬.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는 유투브로 계속 킹키부츠 영상을 찾아보다가 그 다음주 공연을 또 예매했다. 일주일을 기다리는 내내 행복했다. 마치 사랑하는 남자친구와의 데이트를 기다리듯 하루하루를 그 날만 생각하면서 더 신나는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다. 두번째 공연을 보고와서는 또 예매사이트를 켰다. 마지막 공연주에 한번 더 보기로 결심하고, 맨 앞줄 VIP석으로 예매했다. 커튼콜 때 엔젤언니들이 무대밑으로 내려오는 순간을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킹키부츠는 정말 신나는 뮤지컬이면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까지도 엄청 좋다. (내년 말?정도에 다시 한다고 했는데 올해 못봤다면 꼭 보세요!)

 나는 뭔가에 빠지면 질릴 때 까지 하는 편이다. 사실 킹키부츠는 요즘도 하루에 한번은 유툽 영상으로 틀어두는데 아직 질리지 않았다. (금전적인 부분때문에 질릴 때 까지 예매를 할 수 없었던 거..) 사실 보는 내내 내적흥분을 불러일으키는 킹키부츠를 내 첫 뮤지컬로 만난 것 또한 운명인 것 같다. 



얼마 전 읽은 '생각의 기쁨'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인생은 결국, 어느 순간에 누구를 만나느냐. 그리고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인생에서 만난 '누구'가 반드시 사람인 것은 아니라는 것. 나는 그 때 킹키부츠를 만났고, 아마 나를 바꿔갔을 것이다. 

또, 지금 읽고 있는 책 '굿라이프'에서 나오는 PANAS의 긍정 감정 중 관심 있는, 그리고 영감 받은, 이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뮤지컬이 아닐까. 나의 관심사가 되어주었고, 처음 볼 때도, 다시 볼 때도 늘 영감을 주는 것. 보고있는 내내 눈과 귀가 행복해진다. 그리고 예매를 하고 공연 당일까지 그 설레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 마치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좋아하는 일이면서, 의미도 있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새삼 스스로가 기특해졌다. 2015년의 나는 여행을 매우 사랑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제주. 티켓을 예매하고, 출발날짜를 기다리면서 설레었고, 그 곳에서 얻은 기억들로 또 하루를 살아가곤 했다. 지금의 나는 그때처럼 살고있다. 



(7/30 독서모임에서 굿라이프 part.3에 대한 발제를 맡아서 저자의 관련 내용을 찾아보다가 캡쳐. 출처 : youtube)




아무튼 이렇게 시작된 나의 뮤지컬 사랑은 킹키부츠에 등장했던 배우분들이 등장하는 다음 작품들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김호영 배우님이 나오는 맨오브라만차, 그리고 김지우 배우님과 전호준 배우님이 나오는 시카고, 박진상 배우님이 나오는 도그파이트. 시카고도 정말 계속 결제하게 만드는 뮤지컬이다.(물론 서울에서 월세까지 내가면서 살아가는 내 통장사정에 따라서 보고싶은만큼 다 볼수는 없지만, 이직하고는 매 달 더 많은 뮤지컬을 볼 수 있게 되어서 매우 행복하다.) 

오늘 아침에 운좋게 프랑켄슈타인 타임세일을 발견하고 예매했다. 더 좋은건 커튼콜데이라는 사실! 다음주 수요일로 예매했는데 벌써부터 마음이 도키도키 설레온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말처럼, 18일 수요일을 기다리면서 나는 예매한 순간부터 행복하게 모든것을 이겨낼 것이고, 어제 뽑은 사랑니의 고통도 조금 가벼워지길..(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