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회사라는 곳을 거쳐왔던 걸 하나하나 세어보자면, 세번째는 아니다.
대학교 때 기업실습으로 경험했던 농심, 정식품, 그리고 3개월 인턴기간을 거쳤던 녹색소비자연맹의 시간들이 있으니 굳이 하나하나 포함을 시키자면 벌써 여섯번째 회사를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아직 29살인 내 나이에 비해서 많다면 취업이 어려운 요즘같은 시기에 감사하게도 여러 경험치를 쌓아온 것 같다.
정말 취업준비라는 것을 시작해서 들어갔던 나의 25살 첫 회사 H.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회사였던 그 곳에서 첫 시작은 많이 설레고 떨렸던 것 같다. 마치 누구나 한번쯤은 만나보고싶어하는 남자를 만나는 것과 같았달까. 하지만 나의 세상과 H의 세상은 달라도 너무 달랐고, 좋았던 시간만큼 아프기도 했던 시간도 많았던 곳이었다. 결국 난 그곳을 1년만에 떠났다.
그렇게 떠나서 무작정 올라왔던 서울. 무슨 패기로 올라왔는지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나는 조금 더 어린 시절의 내가 TV속으로 봐오던 회사원의 모습은 서울에 있었다고 하면서 올라왔던 기억만 있다.
그렇게 나의 두번째, 세번째 회사, 그리고 퇴사 후 새롭게 시작 할 네번째 회사까지도 정말 감사하게 무작정 올라온 서울에서 이어가고 있다.
사실 대기업이었던 곳을 다니다가 겁도 없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서는 모아놨던 돈도 많이 썼다. 원래 받던 연봉보다 작은 연봉에다가 매 달 빠져나가는 월세, 숨만 쉬어도 빠져나가는 생활비들을 감당하려니 정말 숨이 턱턱 막혀오기도 했던 날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패기있게 올라왔는데 내려가면 자존심 상하는거라며, 사실은 엄청 힘들어서 혼자 울면서 지내왔던 밤을 이긴 덕분인건지 이제는 월세에 허덕이지도 않고, 나름 고급진 취미인 뮤지컬도 제법 보러다니게 된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
뭐 어쨌든, 29살의 나는 다음달에 세번째 퇴사를 한다.
두번째 회사를 퇴사할때도 지금 회사의 스카웃으로 퇴사를 했고, 이번에도 정말 감사하게도 여태껏 내가 다닌 회사 중에서 가장 좋은 회사로 이직이 확정난 상태에서 퇴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퇴사하고 8월 셋째주부터 3주정도 오랜만에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직장인이 되고부터는 이렇게 긴 방학을 가진적이 없었는데 이 시간을 정말 알차게 보내고 싶다. 올해 초 써두었던 버킷리스트를 살펴보니 잘 지키고 있는것도 있지만 '아!!!!맞다!' 하는 것도 있었다.
심각할정도라는 취업난 속에서, 부족한 점이 너무나도 많은 내가 이렇게 감사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음에 감사하면서 다가올 3주간의 방학도 잘 채워보고 싶다.
사실 버킷리스트를 짤 때도 많은 것들을 적지 않았듯이 이번에도 너무 막 욕심부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나의 마지막 20대 여름을 더 뜨겁게 보내봐야겠다.